코딩하는 오징어
2022년 회고록 본문
정말 오랜만에 글을 작성해본다. 블로그 관리에 소홀해진지 꽤 되었다. trouble shooting에 대한 부분이나 지식 정리를 evernote나 notion에 정리 하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와는 조금씩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쓰려면 뭔가.. 문장이나 문맥 하나하나에 은근히 신경을 쓰게되어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거나 혹은 검색으로는 찾기 힘든 부분을 쓰고 싶다 보니 주제를 선정하기에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회고록은 매해 쓰다보니 이것 만큼은 꼭 써야겠다 싶었다. 그동안 작성한 회고록을 훑어봤더니 꽤나 큰 나의 추억거리 + 자산이라고 생각이들었다. 2019년, 2020년, 2021년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마무리했구나 되새김질을 할 수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한건 대학교 3학년 때 부터였다. 취업을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디지털 공간에 나만의 지식 창고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부모님의 집에서 얹혀살 때는 방문에 "관계자외 출입 금지"라는 명패를 문에 달아놨다. (하지만 부모님은 집의 관계자였던 것이다. 저런..) 이 디지털 공간의 창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하고,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때 사용도되고 아주 훌륭하게 내 인생에 서포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소개팅 할 때, 내 블로그를 보고 열심히 사신다며 높게 평가해주시기도 했다. 평가만 높게 해주셨다. 큭..) 올해 (2023년)는 지식 공간에 지식을 다시 채워보려고 노력하겠다. 꼭! 갑자기 블로그를 시작한 얘기는 왜했을까?? 24살에 확실하게 진로를 정하고 나서 달려온지도 6년, 나는 올해 30살이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니 새삼..! 스러워진게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회고록을 작성 하려고 블로그를 들어왔는데 문득 "나 블로그를 언제 시작했지?"가 궁금해졌었다.
[30살이 된 지금, 나의 20대는]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헬스를 1년만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개발에 너무 몰입해서 좋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지말걸.. 내 인생의 아쉬웠던 점들이 마구마구 떠올라서 음 조금 슬펐다. 근데 적어도 나는 모든 것을 쟁취할 능력은 없는 걸 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무언가는 손에서 놓아야한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시간은 한정된 리소스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간혹 백종원님 같이 분신술 사용하면서 반칙 쓰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20대를 돌이켜보니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부끄럽지않게 나의 20대를 소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에 미쳐본 적도 있고, 개발에는 아직도 미쳐있고, 헬스에 미친지도 1년 6개월이 되어 나름 만족스런 육체도(나한테만..ㅎ 남들이 보기엔 근육돼지) 얻었다. (그렇다 나는 미친놈이다. 응?) 정말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다. 굳이 치열하게 산 얘기를 회고록에 쓰는 이유는.. 치열하게 살았던 20대를 자랑하고 싶은데 이런거 자랑하면 자칫 허세남 딱지 붙을 수가 있기에 자랑하지 못했다. 그리고 겸손한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도 수두룩 빽빽하고.. 유퀴즈의 손웅정님 편을 보며 더더욱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자 다짐했다. 근데 이 공간은 내가 누군지 알 수 없으니 마구 자랑할 거다. 20대를 정말 열심히 살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 후에는 6시간이상 잔적이 없다. 보통 새벽 2~3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나 등교했다. 종강 후 친구들이 여행 계획을 짤 때 나는 이번 여름 방학에는 java를 마스터하겠다며 유난을 떨었고, 같이 즐겁게 술과 게임과 당구를 치던, 내 영혼과도 같았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렇게 2년 살다보니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덕분에 졸업도 하기전인 25살에 카카오에 입사도 하게 됐다. 취업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퇴근하면 카페로가서 공부하다가 집으로 갔고, 기회만 보이면 내가 개발해보겠다고 하며 회사를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보니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추천해줄테니 이력서를 달라고 하는 지인들도 생겼다. 그렇게 이직도 여러번 해보았고, 현재는 토스뱅크에 합류하여 만족스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항상 부족한 멘티 였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어 존경을 받기도 했으며, 나와 밥을 한끼 하고 싶다는 분들도 늘었다. 좋은 연인도 있었지만 내가 좋은 분을 담아낼 그릇이 아니었던 터라 바보같이 떠나보내기도 했다. 20대에서 가장 후회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20대가 끝났다. 아쉬움은 있어도 미련 없는 20대 였다. 다시 돌아가서 똑같은 20대를 보낼 자신이 없다.
[2022년의 새로운 미션]
그동안 어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코드를 주로 작성하던 내가 SRE라는 직무를 맡게됐다. 물론 low level의 지식들이 재밌어서 혼자 공부도하고 sample project도 진행해보았지만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SRE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지식들을 또 한 번 얻게 되었고, 나는 아직 한 참 멀었다는 것을 체감했다.
- async-profiler를 이용하여 application running 상태를 분석
- tcpdump와 wireshark를 이용하여 네트워크의 지연이나 문제를 분석
- jcmd를 이용하여 thread와 heap을 dump 떠서 application의 문제를 분석
- promql을 이용하여 원하는 메트릭을 추출
위의 나열한 것들 외에도 많은 지식이 필요하여 SRE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TO님이 SRE업무를 권유 했을 때, 사실은 조금 머뭇거렸다.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했고, 새로운 도전에 겁이 많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문제였을까.. 나도 고인물이 된 것 일까?? 어느새 익숙한 도구, 익숙한 업무들만 찾고 있었다. 이 기회가 또 다른 도약이라는 것은 직감했기에 잠시 고민을 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바로 CTO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이 선택이 새로운 도약이 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2022년에 이런 선택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고인물]
연차가 쌓일 수록 경계해야겠다고 되뇌이는 부분이 있다. "나의 경험이 곧 정답이다"라는 아주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될 때가 있다. 어떤 방법, 도구를 이용했을 때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했던 경험이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그러한 경험이 독이 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분들이 의견을 낼 때 "예전에 제가 그거 경험해봤는데 그거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경계하게 된 이유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분의 의견이 좀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저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는데 아마 꺼냈다면 다른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래 이게 맞지" 갇힌 사고에 더 깊게 갇혔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연차가 점점 쌓이고 경험이 점점 많아지는 분들이 있다면 꼭 전달하고 싶다. 나의 좋은 경험은 어떤 선택의 훌륭한 보조 수단이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온고지신" 이라는 사자성어를 정말 좋아한다. 새로움만을 추구해서도 옛것만을 추구해서도 안된다. 옛것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elf leading]
이제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는 연차가 아니게 돼버렸다. 현재 회사의 문화가 그렇기도 하지만 아마 어딜 가더라도 회사에 그리고 팀에 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분석하기를 원하는 연차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열심히만 해서는 안된다. 잘해야한다. 결과로 보여줘야하기도하다. 때로는 투쟁해서 우리팀의 승리를 쟁취하기도 해야한다. 이전에는 팀장님 혹은 그에 준하는 책임을 가지신 분들이 대신 투쟁해줬는데 이제는 그게 내가 된 것 같다. 현재 회사에 투쟁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역할이 필요 할 때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알아서 해결되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내가 왕은 아니지만 견뎌야하는 삶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일에서만 적용되는게 아니다. 삶이 그런것 같다. 예전에 비해 많이 약해지신 부모님도 보이게 됐고, 사회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아진것 같다. (받지못할 국민연금 인상안 이라던지..? 하하하하하하하) 그 무게 최대한 들어 올려보고 안되면 그냥 빤쓰런할 생각이다. 관절 상한다. 는 급발진이고 들어올리다보면 또 성장한다. 해보자
2022년 회고를 해야했는데 20대 혹은 삶 자체를 회고 해버렸다. 근데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사실 1년에 한번씩 쓰는 일기이기 때문에 삶을 회고 해야하는 건 맞다. 2022년에도 멈추지않고 나름 잘 성장했다. 개발 역량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새로 시작된 업무와 새로 시작된 30대는 어떨지 궁금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을 세상은 모른척하지 않는다.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열심히 살았던 것 만큼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나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 모든 기대에 부응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실망은 드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 잡아보고자 긴 글을 써보았다. 그리고 방구석과 회사, 헬스장에만 있는 이런 나를 좋아해주시는 몇 안되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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