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하는 오징어

2023년 회고록 본문

My Diary

2023년 회고록

코딩하는 오징어 2023. 12. 29. 18:01
반응형

 2023년이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를 보내주기 전에 하는 것 들이 있다. 신년 다이어리 구매하기, 한 해의 회고록 작성하기. 특별할 것은 없지만 새해가 도착하기 전에 해놓지 않으면 이전 해에 미련이 남은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든다. 요즘은 종이 다이어리 대신 다이어리 앱을 많이 사용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펜으로 종이에 나의 하루 계획을 작성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IT업계에 종사하면서 기술 발전에 누구보다 빠르게 몸으로 체감하고, 소식을 듣고 있지만 내가 다루고 있는 영역 외의 트랜드에는 둔감한 편인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지구에는 업데이트가 너무 많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소프트웨어 분야부터 기초과학 분야까지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나는 화상을 입은 것 같다. gpt가 등장하면서 검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양자 컴퓨팅 기술에도 가속도가 붙어 큐비트의 크기도 1000 큐비트까지 올라왔다. 타이밍 좋게 상온,상압 초전도체 이슈까지 등장하면서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에 힘을 실었다. 상상력이 남들보다 과하게 풍부한 터라..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전 세계의 표준 암호화 기술인 비대칭키 알고리즘이 무용지물이 되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보가 무방비 상태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금융 정보들도 손 쉽게 탈취되고 조작될 수 있다. (다행히 양자암호가 연구 중이었고, 만약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시중 은행 및 핀테크 업계는 발빠르게 암호화 로직을 양자암호를 이용하도록 대응해야한다.) 양자 컴퓨팅으로 인해 기계 학습은 더 빠르게 진화하여 인간이 생각하지못한 경우의 수 까지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미친사람 취급 받기는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많은 것들이 바뀔 것 같은 직감 같은 것이 종종 찾아온다. 기술의 발전이 스노우 볼 처럼 멈출 수 없는 단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기대되는 미래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문명이 이런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디에나 성장통은 있는 법이니.. 너무 큰 성장통만 아니었으면 한다. 지구에 수 많은 이벤트가 발생해서 시대가 바뀌어 가는 동안 나 또한 더 나은 사람으로 되기 위한 이벤트들이 있었던 것 같다.

 

[더 넓은 insight]

 지난 회고록들을 주섬주섬 꺼내어 다시 읽어보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2019 - 2021년 까지의 회고록 내용은 오로지 내가 어떤 기술들을 익혔는지 새해에는 어떤 기술 역량을 채울 건지에 대한 야심찬 다짐들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다 2022년 회고록 작성할 때는 누가 몽둥이로 머리라도 한대 쳐버렸는지, 아니면 글을 새벽에 썼는지 (게시 시간을 보아하니 새벽 1시이긴 했다.) 감성이 정리 정돈 안된 채로 발려져있었다. 그리고 현재 2023년 회고록에 작성하려고 펼쳐놓은 나의 1년은 꽤나 많이 감성적이었다. 성장통이 있었나보다. 20대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로봇이었다. 사고방식이 1아니면 0이었다. 컴퓨터를 다룰 때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성품이 부족한 나머지 인간사에도 적용해버렸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고 끊음이 확실했고, 그게 멋있고 옳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이 감정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인걸 알고 있기에 감정이 요동칠만한 사건을 만들지 않았다. 감정의 변화는 인생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내가 성장 혹은 성공하려면 방해가 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떠한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능력이 없어서, 그리고 그게 무서워서 도망다닌건 아닐까 싶다. 감정이 있기에 그리고 그 감정의 힘 덕분에 사람들은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하는, 때로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존재인데 그 힘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감정의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풍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2023년은 내가 외면하고 있던 어쩌면 피하고 있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1년이었다. 내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의미도 재정의 하게 되었다. 나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성공이라는 단어를 부의 축적, 경제적인 자유에만 포커싱하였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를 공부할 때의 꿈은 이런게 아니었다. 돈은 내가 꿈을 이루면 따라오는 부산물 같은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주객전도가 되어 돈을 쫓아 공부를 한 것 같다. 물론 돈도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베풀기 위한 충분조건이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돈을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성공을 이루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상을 해보았을 때, 그것 만큼 공허하고 무서운게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되 인간성을 잃으면 안되겠다. 새해부터는 조금 덜 논리적이고, 0과 1이 아닌 0.537 지점 어딘가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사실의 기반한 논리가 아니고, 어떤 무언가인 것을 깨달았달까..

 

[엔지니어링에 중요한 것]

 연차가 찰 수록 시니어분 들이 해주시던 말씀이 와닿기 시작했다. 주니어일 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엔지니어링을 했다기 보다는 기술 뽐내기를 했던 것 같다. 트래픽이 많지도 않은 시스템에 webflux와 같은 비동기 기반의 기술 스택을 사용하려고 했다거나, kafka를 공부했을 때는 메시징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벤트를 발행하여 consumer가 메시지를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였다. 간단한 문제를 늘 복잡하게 해결하려고 했다. 비동기 framework를 사용하거나 비동기 메시징 처리를 적용하게 되면 뒤따르는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비동기 처리 흐름에서 한 곳이라도 blocking된다면 서버가 hang이 걸리게 된다. thread pool이 고갈되어 health check마저 처리되지 않아 application이 down될 수도 있다. 메시지가 유실되거나 중복처리 될 수도 있으며, 로그를 제대로 남기지 않아 문제를 추적 할 수 조차 없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후 처리 해야하는 과정은 꽤나 많이 복잡하다. 때의 따라서는 request per thread 기반의 동기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유지보수 뿐만 아니라 성능에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을 한다는 것은 기술 뽐내기가 아니다.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설계는 전략 컨설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하며 그 문제를 풀어내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하는지 등을 먼저 이해하여야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 했을 때,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어떤 편리함을 얻을 수 있고, 어떤 경제 효과가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사람을 위해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해 엔지니어링을 한다. 그렇게 오버 엔지니어링이 발생하게된다. (물론, 오버 엔지니어링이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야할 행위는 아니다. 오버 엔지니어링을 통해 엔지니어들의 역량과 insight가 향상되고 그렇게 향상된 역량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종종 오버 엔지니어링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분들이 계신다. 논리로만 따지면 오버 엔지니어링은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하지만 적절한 오버 엔지니어링은 개발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며, 더 나은 미래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모든 과유불급만 아니면 도움이 된다.)

 정리해보자면 엔지니어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있어보이는 기술들을 덕지덕지 가져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알고리즘과 기술을 적용하여 간단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엔지니어링을 잘하는 것이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다보면 종종 "simple is best"라는 말을 듣거나 글귀를 보게된다.

 

[2024년]

 2024년에는 기술적 역량에 더해 소프트 스킬을 좀 더 챙기고 싶다. 나는 결국 사람들과 일을 해야하고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겠다. 2023년의 아쉬운 부분은 아쉬운대로 두고 2024년에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봐야겠다. 뭐가 됐던 간에 포기하지 않고 꼼지락대면 조금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진다. 소프트웨어 개발 20년은 더 하고 싶고, 할거다. 갈 길이 머니 조급한 마음을 좀 덜어내고 길게 봐야겠다. 다 때가 있다. 좋아하는 영상 하나 투척하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테슬라 화이팅

https://www.youtube.com/watch?v=Aq2Yov6CIOk

 

반응형

'My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회고록  (2) 2023.01.29
2021 회고 및 2022 새해 목표  (0) 2022.01.03
2021년 목표 정리  (0) 2021.02.07
2020년 회고록  (3) 2021.01.03
2020년 해야할 일들  (0) 2020.01.01
Comments